
지금 AI 산업의 1차 성장축은 데이터센터다. HBM, GPU, 전력 인프라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고 이 구간의 주도권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추론 수요가 늘어날수록 모든 연산을 지상의 중앙 데이터센터에 몰아넣는 방식은 전력·부지·지연시간 문제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그래서 다음 흐름은 연산을 사용자 가까이로 분산시키는 "엣지"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데, 스페이스X는 이 분산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밀어붙이고 있다. 연산을 사용자 옆이 아니라 궤도 위로 올리는 방식이다. 6월 12일 상장 이후 처음 공개된 재무 숫자들은 이 회사가 더 이상 "로켓 회사"가 아니라 "통신-컴퓨트 인프라 회사"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장 2주가 지난 지금, 시장의 관심은 로켓 자체보다 그 위에 얹힌 통신·AI 사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① 상장 2주, 숫자로 본 변동성
스페이스X는 6월 12일 주당 135달러에 약 750억 달러를 조달하며 나스닥에 데뷔했다. 첫날 종가는 160.95달러(+19%)였고, 6월 16일에는 225.64달러까지 치솟았다. 이후 차익 실현이 나오면서 6월 22일 현재 주가는 170달러 선으로 내려와 있다. 2주 만에 52주 신고가와 신저가를 모두 갈아치운 셈인데, 이는 시장이 아직 적정 가격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시점 | 주가 |
|---|---|
| IPO 공모가 (6/12) | 135달러 |
| 상장 첫날 종가 | 160.95달러 (+19%) |
| 52주 최고 (6/16) | 225.64달러 |
| 현재가 (6/22 기준) | 약 170달러, 시가총액 2조 달러대 |
② 진짜 돈 버는 사업은 스타링크다
S-1과 1분기 실적이 공개되면서 가장 분명해진 사실은, 스페이스X에서 실제로 이익을 내는 사업은 로켓이 아니라 위성 인터넷이라는 점이다. 커넥티비티(스타링크) 부문은 2025년 연간 매출 113.9억 달러로 전체의 61%를 차지했고, 영업이익 44.2억 달러, 영업이익률 39%를 기록했다. 2026년 1분기에는 비중이 더 커져 전체 매출 47억 달러 중 33억 달러(69%)가 스타링크에서 나왔다. 구독자는 1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어 164개국 1,030만 명에 달하지만,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저가 해외 시장 확장의 영향으로 2025년 말 81달러에서 2026년 1분기 66달러로 낮아졌다. 양적 성장과 질적 희석이 동시에 진행되는 구간이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 전체 매출의 60~70%를 책임지는 유일한 흑자 사업부다
③ 손실의 진짜 출처는 로켓이 아니라 AI다
스페이스X는 2025년 49억 달러, 2026년 1분기 단독으로도 42.8억 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로켓 발사 사업은 시장점유율 82%로 압도적이지만 마진이 박하고 스타십 개발비가 꾸준히 들어가는 구조라 손익에 부담을 준다. 하지만 더 큰 손실 드라이버는 따로 있다. 2월에 인수해 합병한 xAI(Grok) 부문의 AI 모델 학습·추론 비용이 단기 실적을 깊게 끌어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 분석은 이를 "스타링크가 번 돈을 xAI가 태우는 구조"로 요약했는데, 정확한 표현이다. 흑자 사업부 하나가 손실 사업부 둘(로켓+AI)을 떠받치는 형태인 셈이다.
④ 화성이 아니라 궤도 데이터센터 — xAI와의 결합
스페이스X가 xAI를 인수한 이유는 단순히 일론 머스크의 사업을 한 지붕 아래 모으기 위해서가 아니다. 핵심은 위성에 AI 연산을 직접 올리는 "궤도 데이터센터" 전략이다. 6월 8일 공개된 1호 위성 AI1은 위성 한 기당 120kW의 컴퓨트를 처리할 수 있고, 회사는 위성군 전체로 연간 최대 100GW의 AI 연산 능력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FCC에 최대 100만 기 규모의 위성 군집 운용을 신청해둔 상태다. 이미 앤트로픽과 월 12.5억 달러 규모의 컴퓨트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궤도 데이터센터는 막연한 비전이 아니라 기존 매출선의 확장에 가깝다. 지상 데이터센터가 전력망과 부지, 냉각 문제로 한계에 부딪히는 사이, 스페이스X는 태양광으로 전력을 직접 조달하는 위성을 연산 인프라로 전환시키는 우회로를 택한 것이다.
지상 데이터센터의 전력·부지 제약을 피해 연산을 궤도로 올리는 것이 스페이스X식 엣지 확장이다
⑤ 발사 경쟁력은 여전히 독보적
본업인 발사 시장에서 스페이스X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았다. 2025년 팰컨9은 165~166회 발사, 성공률 99.53%를 기록하며 전 세계 상업 발사의 82%를 점유했다. 같은 기간 블루오리진 뉴글렌, ULA 벌컨, 아리안스페이스 아리안6를 합쳐도 발사는 7회에 그쳤다. 2026년에는 팰컨 계열 발사가 140~145회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며, 회사는 이후 점유율을 스타십으로 옮길 계획이다. 스타십 V3는 ㎏당 발사 비용을 100달러 이하로, 적재량은 200톤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2026년 궤도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 발사 사업 자체의 마진은 낮지만, 이 압도적 점유율이 스타링크 위성망과 궤도 데이터센터를 계속 쏘아 올릴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⑥ 밸류에이션 전쟁 — 63달러 vs 164달러
상장 직후부터 적정가를 둘러싼 의견 차는 어느 종목보다 크다. 모닝스타는 적정가를 63달러로 제시하며 "AI 사업의 미검증 기술까지 가격에 반영된 투기적 밸류에이션"이라고 평가했다. 베어 시나리오(75~100달러)는 현재가 대비 50% 이상의 하락 여지를 의미한다. 반면 월가 컨센서스는 164달러이고, 골드만삭스와 ARK인베스트 등 강세론자들은 스타십 상업화와 스타링크 가입자 성장이 가속되면 2028년 매출이 2025년의 약 10배인 1,6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 애널리스트 의견은 매수 7곳, 중립 8곳, 매도 3곳으로 갈려 있다. 결국 판단의 핵심은 하나다. 스타링크라는 검증된 캐시카우가 로켓과 AI라는 두 개의 미검증 베팅을 얼마나 더 오래, 얼마나 더 크게 떠받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더 이상 "화성 가는 로켓회사"라는 한 줄로 설명되지 않는다. 흑자를 내는 위성 인터넷, 적자를 내는 발사 사업, 그리고 막대한 손실을 내면서도 가장 큰 베팅이 걸린 궤도 AI 컴퓨트 사업이 한 회사 안에 뒤섞여 있다. HBM 중심의 데이터센터 투자 다음 단계로 연산의 분산이 거론되는 지금, 스페이스X는 그 분산을 땅이 아니라 궤도에서 시도하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이 글은 투자 자문이 아니며,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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