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트윗이 230억 달러를 날렸다
지난주 월가에서 꽤 극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빅쇼트'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X(구 트위터)에 짤막한 글을 올렸다.
"앤트로픽이 팔란티어의 점심을 빼앗아 먹고 있다."
이 게시물 하나로 팔란티어(PLTR) 주가는 당일 7.3% 급락했고, 시가총액 약 230억 달러가 증발했다. 버리는 이후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시장의 충격은 이미 현실이 된 뒤였다.
버리의 논리는 이랬다. 앤트로픽의 연간 반복 매출(ARR)이 불과 몇 달 만에 9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로 폭증했고, 기업들은 더 쉽고, 더 저렴하고, 더 직관적인 솔루션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가장 날카로운 한 마디: "팔란티어가 50억 달러에 도달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Wedbush의 정면 반박: "허구의 서사"
하지만 월가의 베테랑 기술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Dan Ives)가 이끄는 Wedbush Securities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아이브스는 "앤트로픽 위협은 크게 과장됐고, 장기 승자는 팔란티어가 될 것"이라는 제목의 리서치 노트를 발표하며, 버리의 주장을 "잘못된 판단이자 허구의 서사"라고 직격했다.
Wedbush의 핵심 주장은 버리가 팔란티어가 실제로 무엇을 파는지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팔란티어의 핵심 제품은 챗봇이나 API가 아니다. 이른바 '온톨로지(ontology)'—기업 전체의 운영 데이터를 통합해 복잡한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디지털 트윈 시스템이다. Wedbush는 이것이 앤트로픽의 Claude가 하는 일이 아니며, Claude가 위협할 수 있는 영역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Claude에 의해 교란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 전반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Wedbush가 근거로 제시한 수치들은 꽤 인상적이다.
팔란티어의 2025년 4분기 실적을 보면, 미국 상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7% 급증했고, 미국 정부 부문 매출도 66% 성장했다. 최근 12개월 기준 총매출 성장률은 56%였으며, 매출총이익률은 82%에 달했다.
Wedbush는 앤트로픽이 연 300억 달러 ARR에 도달했지만, 이 성장이 팔란티어 비즈니스를 희생시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가 서로 다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앤트로픽과 팔란티어는 경쟁자인가?
이번 논란의 본질은 사실 꽤 흥미로운 질문을 담고 있다.
앤트로픽은 LLM(대형 언어 모델) 제공자다. Claude라는 모델을 기반으로 API와 엔터프라이즈 AI 제품을 판다. 최근 멀티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기능을 발표하면서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에 한 발 더 들어섰다.
반면 팔란티어는 데이터 인프라 + 의사결정 플랫폼 기업이다. 군사, 정보기관, 대형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연결하고 분석해 실제 운영 결정에 활용하도록 돕는다. 아이브스가 강조한 '온톨로지 기반 AIP 플랫폼'은 Claude 같은 모델이 기업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구조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어찌 보면, 앤트로픽이 강해질수록 팔란티어도 더 필요해지는 구조일 수 있다.

투자자 시각으로 보면
월가 전반의 컨센서스는 팔란티어에 대해 '중간 매수(Moderate Buy)' 의견을 유지하고 있으며, 평균 목표주가는 194.61달러다. Wedbush는 훨씬 낙관적인 230달러를 고수하고 있다.
버리의 공매도 포지션은 이미 2025년 3분기부터 공시된 것으로, 이번 트윗은 그의 기존 베팅에 대한 공개적 변론이기도 하다. 게시물을 삭제한 것도 이미 원하는 효과를 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리하자면
AI 생태계는 지금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앤트로픽의 성장은 실제로 놀랍다. 하지만 그 성장이 곧 팔란티어의 위기를 의미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서로 다른 층위에서 경쟁하는 두 회사를 직접적인 제로섬 구도로 놓는 것 자체가 무리한 단순화일 수 있다.
버리의 직관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숫자는 그 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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