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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

첫 연봉협상 후 느낀 점...

by Moneymadbird 2022. 1. 31.

1월 중순에 연봉협상을 했다. 처음 해보는 연봉협상이었다. 입사 후 9개월만이다.

나는 구매관련 업무를 하고 있기에 ERP자료를 기반으로 환율, 구매단가 관련하여 세이브한 금액을 정리해서 그걸 토대로 인상을 요구했다.

결론적으로는 14.89% 인상이 되었다. 처음에 25%의 인상을 요구했으나 절반정도만 받아들여진 셈이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매우 영세한 소기업이기에 입사 당시의 역할과 현재 맡고 있는 업무가 매우 달랐다. 처음엔 구매업무, 수입업무만 했으나 지금은 상품소싱부터 원가계산, 상표권 출원 관련한 변리사 컨텍, 수입시에는 관세사, 보세창고 컨텍, 필요 시에는 CS, 창고지원, 사방넷 상품정보 변경까지 잡다한 업무가 추가됐다.  

사실 심적으로는 이미 퇴사를 마음 먹은 상태이긴 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인간관계이다. 창고 직원의 성격이 문제다. 이미 이 문제로 4명이 퇴사했다. 추가 인원 충원이 안 되는 것은 사장님이 안 뽑는 것 같긴 하지만, 9개월간 4명이 나간 이유가 한 직원과의 트러블 때문인데 이 부분은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이다. 창고처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오래 일할 사람을 구하는게 어려운 일이니까 그 사람은 언터쳐블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회사의 비전에 대한 불안이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회사의 업력이 짧다는게 장점으로 보였지만, 일을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우선 경험이 많은 사람이 없어서 의사결정이 주먹구구식이라는 것이 가장 컸고, 재무적으로 회사가 오래 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어서 시기를 정해 퇴사할 생각이 컸다. 

 

연봉협상 당일에는 3시간이나 걸렸다. 

유튜브에 좋좋소에 연봉협상 편과 너무나 비슷해서 놀랐다. "올해 OO씨 기여도가 가장 높은 건 인정하지... 하지만 그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 안해?", "회사 매출이 많이 오르면 원하는 대로 맞춰줄 수 있어, OO씨도 회사 사정 어려운 거 알잖아.", "원칙적으로는 1년이 넘었을 때 하는게 연봉협상이야, 원래는 좋든 싫든 계약된 연봉으로 1년을 채워야 하는거야.", "OO씨는 사무실 직원들이 열심히 일 한다고 생각해?" 등등 자본가와 노동자의 입장이 다르기에 어쩔 수 없지만, 직원들 간에 서로 평가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얘기를 면전에서 들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연봉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고 회사에서 롱런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기업에서도 1명의 인원이 특출난 성과를 내기가 어려운데, 규모가 큰 중견이나 대기업에서는 그게 가능이나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잡다한 엑셀이나 ERP 등은 아무리 개선을 하고 효율을 내도 성과에 크게 쳐주지 않는다는 것도 느꼈다. 현 회사는 100% B2C인 회사이고 영업부서라는 자체가 없는 실정이지만, 연봉협상과정에서 사장님과 대화를 하며 왜 영업직이 돈을 많이 받는지 알 것 같았다. 매출을 내는 것이 가장 큰 실적이 되는 것 같다. B2B 영업은 짬이 차고 자사 제품과 해당 시장에 대해 이해도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쪽 분야로 갈아타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회사에서 아무리 해봐야 부자되기는 매우 어렵지만, 그렇다고 현재 창업할만 한 아이디어와 자본도 없으니 뭐가 됐든 연봉 올리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업종과 업태의 중요성, 회사의 높은 영업이익률의 중요성은 모두가 다 알지만, 그런 좋은 조건의 회사는 경쟁이 쌔다는 것이 문제이다. 꿈도 없고 돈만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의 비애인 것인가... 요즘은 퇴사 후 구직활동기간 동안 날아갈 기회비용, 내일채움공제를 깼을 때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할 시점만 고민 중이다... 아마 4, 6월이 적합할 듯 한데, 그전까지 뭘 준비해야 할까? 연봉협상 후에도 고민만 많아지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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